교황도 미국에 세금을 낼까? – 레오14세와 미국 세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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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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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8일,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바티칸에서 제267대 교황으로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 이번 교황 선출과 관련해 종교계 외에도 국제법 및 조세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페루, 바티칸 시국이라는 세 개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특히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이 조세법적 쟁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1. 미국의 시민권자 과세 원칙: 전 세계 소득 과세

미국은 전 세계에서 드문 과세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시민권자 기반 과세(Citizenship-based taxation)가 그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서 거주하든, 어디에서 수익을 얻든 미국 국세청(IRS)에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는 미국 내에 거주하는 사람뿐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시민권자, 심지어 외교관이나 종교지도자도 예외가 아니다.

즉, 교황이 미국 시민권자라면 그가 바티칸의 수장이며 바티칸에서 생활하며 종교적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미국 조세법상 세무상 거주자(tax resident)로 간주되며, 그의 전 세계 소득은 미국에 신고 대상이 된다.

2. 교황의 수입은 과연 과세 대상인가?

그렇다면 “교황은 실제로 과세 대상이 되는 수입을 얻는가?” 하는 질문을 할수있는데 일반적으로 교황은 봉급(salary)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바티칸 시국은 교황에게 별도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의식주와 필요한 경비 일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현물 급여(in-kind compensation)의 형태로 볼 수 있으며, 미국 세법은 현물로 제공된 복리후생도 과세 대상으로 포함시키고있다.

예를 들어, 교황이 바티칸 궁전에서 제공받는 숙소, 운전기사, 식사, 경호, 여행 등의 편의는 미국 IRS의 시각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급여로 간주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경제적 가치의 합산액을 근거로 세금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교황이 직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더라도, 특정 재단이나 신탁으로부터 간접적인 수입이나 혜택을 받는다면, 미국 세법은 그 역시 소득으로 간주할 수 있다. 종교적 직무 수행을 위한 것이더라도 비영리기관의 목적 외 지출로 해석될 경우 과세 위험성이 존재한다.

3. 외국 납세자 및 외교적 면책 가능성

일반적으로 미국 세법은 외교관이나 외국 정부의 고위 관리에게 일정한 외교적 면책권(immunity)을 인정한다. 그러나 바티칸 시국과 미국 간에는 세무 협정(tax treaty)이 존재하지 않으며, 교황은 법적으로 국가 수반(head of state)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바티칸은 대부분의 조세 체계에서 비정형 국가로 취급된다.

미국은 외국 정부 수반에게 일정한 세금 면제 혜택을 부여할 수는 있지만, 이는 행정부(국무부)와 국세청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미국시민권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가 외국 정부 수반이 된 경우에는 그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면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4. 국적 포기와 세금

레오 14세가 미국 국적을 유지할 경우 미국 세법상 세무 의무는 계속된다. 그러나 국적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경우에도 국적포기세(Expatriation Tax)라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시민권자가 국적을 포기하면서 일정 자산 이상을 보유하거나 최근 5년간 세금 신고 불이행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가상적 처분 과세(mark-to-market tax)가 부과되어, 보유 자산 전체에 대해 시가 기준의 양도차익 세금을 계산하게 된다. 교황이 사적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국적 포기조차도 간단치 않다.

5. 글로벌 가톨릭 교회의 리더로서의 과세 부담

교황의 역할은 순수한 종교적 직무이지만, 미국 세법은 종교적 지위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소득 발생 여부에 따라 과세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미국은 최근 FATCA(해외계좌 신고법)를 통해 전 세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국민의 자산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교황이 개인 명의로 해외 자산이나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면 보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바티칸은 그동안 자국 내의 자산 및 재정 내역을 철저히 비공개해왔으나 레오14세 교황이 투명성과 국제 기준 준수를 표방한다면, 미국과의 세무상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될 수 있다.

레오 14세는 종교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미국 세법 앞에서는 평범한 시민권자 한 명일 뿐이다. 물론 실제로 IRS가 교황에게 세금을 부과할지, 미국 정부가 외교적 예외를 인정할지는 두고 봐야하지만 분명한 건 미국은 시민권자라면 누구든 전 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하려고 한다는 하는 사실이다. 대상이 심지어 교황이라 예외는 없다.

레오 14세가 앞으로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지, 포기할지, 그리고 IRS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그 귀추가 꽤나 주목되며 종교와 국적, 국제법과 세법이 교차하는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교황 개인의 신앙과 양심, 그리고 법적 의무 사이의 균형은 앞으로도 많은 논의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